신입 면접을 보다 보면 어찌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욕심이 넘치고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나는 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채용하게 된다. 근데 딱 6개월이 지나면 활기찬 아침 인사도 주저없이 뛰어다니던 열정적인 모습도 사라지고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란 표정이 모니터에 고스란히 비춰 들어난다.
독창적이고 재밌는 광고 제작을 기대하고 입사를 했는데 매일 단순한 디자인 제작에 디자인물 패킹이나 하고 있으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잘하고는 있는지 이게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맞는지 등등 얼마나 고민과 갈등이 생길까 일면 이해는 되지만, 회사에서 하잖은 일이란 없다란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단지 그런 일을 연차가 높은 직책이 하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니까 신입을 채용해서 맡기는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회사는 신입의 잠재적인 능력을 써 먹을 만큼 비체계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를 설립하여 한때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광고회사로 성장시킨 찰스 사치(Charies Saatchi)는 첫 광고회사 입사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코벤트 가든에 있는 작은 광고 회사에 주급 10파운드를 받고 일을 시작했다. 바우처에서 하는 일은 신문에 광고가 실렸나 확인하고 나서 실린 신문 복사본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광고주에게 자기네 광고가 실렸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광고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내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회사가 돈을 받기 때문에 분명 중요한 일이었다> Charies Saatchi
이 사람보다 너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무조건 참고 버티란 소리가 아니다 내가 지금 맡은 일을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고민을 하지말라는 거다. 욕심을 부린다고 뭐든 할 수 있는 연차도 아니거니와신입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진중하게 세월을 좀 버텨보란 거다.
장담컨데, 너가 광고회사에서 쓸만한 인재가 되려면 최소 3년차가 되어야 가능하며, 너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 주려면 7연차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너의 생각대로 독창적인 광고를 만들 수 있는 시점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가진 잠재적 캐릭터를 조금씩 들어내면서 인정을 받고 시간이 지나 광고인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면 그때 내 일에 대해 더 욕심을 내기 바란다.
파이팅~ 우리 믿음직한 신입!
Stephen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