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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의 거장 3_찰스 사치

광고인 중에 가장 축복받은 사람을 만나보자. 사실 개인적으로 카피라이터 찰스 사치는 호감이 안 가지만 한때 광고인들 사이에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란 회사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창업자인 찰스에 대해 알아볼 필요는 있다.

찰스 사치 (Charles Saatchi)

찰스는 이라크 유태인 태생으로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당시 다수의 광고인들이 그랬듯이 빌 번벅의 광고를 접하고서 광고에 입문하게 된다.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한 찰스는 선임 로스 크레이머와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광고로 영국 내에서 명성을 얻은 후, 27세의 나이에 광고 잡지 캠페인 책임자인 동생 모리스 사치(Moris Saatchi)와 함께 100만 파운드의 자본금으로 형제의 이름을 건 광고회사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를 설립한다.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는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은 물론, 영국 보수당의 전설인 슬로건 '노동당은 일하지 않는다(Labor is not working)' 등을 히트시키며 1988년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로 회사는 결국 파산이 되고, 사치 형제는 회사에서 퇴출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하지만 사치 형제는 지난 광고 동료들과 새로운 파트너십인 M&C 사치(M&C Saatchi)로 다시 광고에 복귀,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찰스는 모던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를 개관하여 영국은 물론 세계 미술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컬렉터이자 아티스트 딜러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 M&C 사치(M&C Saatchi)

광고업계에서 흥미롭게도 사치라는 이름의 광고 회사가 두 곳이 있다. 바로, 사치 형제가 최초로 설립한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와 사치 형제가 광고 동료들과 함께 파트너로 다시 시작한 M&C 사치(M&C Saatchi)다. 1970년 사치 형제가 설립한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는 광고, 리서치, PR,세일즈 프로모션 및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회사들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1986년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 PLC는 65개국 37개 회사를 인수하면서 일본의 덴쯔, 매디슨 에비뉴 영앤드루비컴에 이어 세계 3대 광고 회사로 성장했다.
당시 미국의 대표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찰스 형제에 대해 이렇게 평을 했다. <이 시대의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큰 것을 생각한다. 그런데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광고인인 찰스와 모리스 사치는 그보다 훨씬 거대한 것을 생각한다> 그들은 단순히 광고 회사 차원이 아닌 글로벌 광고 제국의 경영자로 명성을 날렸다. 당시 그들의 좌우명은 <불가능은 없다>였는데 하지만 광고업계 슬럼프와 함께 과도한 투자를 하던 회사는1988년 파산이 되고, 사치 형제는 회사에서 퇴출이 되고 말았다.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는 젊은 인재 구성으로도 유명하다. 앞서 소개한 오길비는 모든 것이 규정집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는 규정집을 버리고 자유롭게 발상하고 연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만큼 그들의 광고는 늘 파격적이고 신선하기로 유명했다.
찰스의 대표적 광고는 아무래도 BBC 선정, 금세기 영국의 10대 광고 중 1위를 차지한 보수당 마거릿 대처의 선거 캠페인 광고<LABOUR ISN’T WOKING. 노동 계급은 아직도 일하지 않고 있다>로 지나친 사회주의적 복지정책을 꼬집어 비판하는 슬로건 덕분인지 암튼 마거릿 대처는 수상이 되었다.

괴짜 찰스와 함께 한 사람들

찰스가 대단히 뛰어난 상업 광고 카피라이터는 아니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 아티스트로 보는 게 맞다. 그는 광고 회사 신입 시절 길게 기른 머리와 독특한 옷차림 때문에 ‘괴짜 신입사원’으로 통했으며, 오직 자신의 애완견 슈나이저와 함께 온종일 사무실에서 지내는 은둔형이었다. 그런 그가 세상에 명성을 올리는데는 곁에 소중한 동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와 처음 회사를 설립한 광고 회사 선임인 로스 크레이머, 또 다른 미래의 광고 스타 헤가티(TBWA 창립 멤버), 훗날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쇄 광고 중의 하나를 만든 제러미 싱클레어, 탁월한 PR전문가 팀 벨(마가렛 대처의 선거 캠페인 광고 프레젠테이터), 회사 성장의 일등 공신 재정 전문가 마틴 소렐, 런던의 최고 책임자까지 오른 데이비드 커쇼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인재들이 곁에 있었기에 장막 뒤에 크리에이티브도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특히 사치 앤드 사치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회사의 최전선에 있었던 활동적인 동생 모리스 사치의 역할이 컸다.
나아가 1985년 개관한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를 통해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마크 퀸 등 젊은 영국 아티스트들을 만난 후 그는 ‘슈퍼 컬렉터’가 되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인복인가? 찰스 스스로도 본인의 삶을 ‘축복받았다(Blessed)'고 말할 정도니까.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My name is Charles Saatchi and I am an artholic
사실 찰스는 광고 카피라이터 보다 미술 컬렉터로 더 유명하다. 20세기 암흑기에 있던 영국의 미술계에 YBA(Young British Artist)라는 슈퍼스타들을 만들어 낸 배경자가 바로, 찰스다.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 미국 지사가 소호 거리에 있던 당시에 이미 찰스는 소호 거리에 깔려 있는 가난한 예술가의 삶을 지켜보면서 미술 작품의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당시 미국의 그림 시장은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영국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찰스는 사치 갤러리(SaatchiGallery)를 설립하고 가치가 보장된 유럽의 고전 작품보다 모험을 해야 하는 젊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했으며, 젊은 영국 아티스트들을 YBA (Young British Artists)라 애칭하면서 데미안 허스트 같은 배고픈 젊은 작가들을 돈방석에 앉게 만들었다.
당시 사치라는 이름은 마치 작품의 보증서라도 되는 양 그의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의 가치는 폭발적이었으니 젊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는 성공의 전당인 셈이다.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
물론 일부 미술계에서 찰스에 대한 비판도 적잖이 있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싼값에 사들여 가격을 올려 파는 장사꾼이라고… 개인적으로도 그가 단번에 대박 컬렉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억대의 자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솔직히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가 대박을 치고 있을 때 찰스는 이미 막대한 자본을 들여 앤디 워홀, 도널드 저드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했고,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를 운영하면서도 아트 페어를 정육점에 비유할 만큼 예술계와도 거리를 두는 것도 모자라 미술 이론 조차 관심이 전혀 없이 그냥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수집했다고 보면 맞다.
마치 돈 많은 여인이 백화점에 가서 끌리는 것을 마구잡이로 쇼핑하듯이 작품을 모았는데 <센세이션> 같은 특정 전시회가 대박을 치면서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내가 그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건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는 불가능한 물리적 죽음> 1991
<How can you tell a good Picasso from a bad Picasso? Come to that, how can you tell a good Damien Hirst from a bad Damien Hirst? 피카소의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습니까? 데미안 허스트의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은요?> Charles Saatchi
암튼, 다양한 컬렉션으로 막대한 부와 함께 현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찬사까지 받고 있는 찰스 사치인데 <나는 예술에 미쳐있다>고 그가 말한들 누가 감히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찰스 사치 (Charles Saatchi) <My name is Charles Saatchi and I am an artholic.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2011
<만약 당신이 구매한 작품의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간다면 참으로 좋겠지요. 하지만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 작품을 가치 있게 여기는 당신의 느낌 또한 동등하게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 가치를 혼자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남과 다른 것 아닐까요.> Charles Saatchi
찰스 사치 (Charles Saatchi).1943~
자신의 독특한 취향과 정신세계, 그리고 예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있는 광고 카피라이터 찰스 사치! 광고와 미술계에 참 많이 화자가 되는 인물인 것은 확실하다. 아~ 또 부럽다. 부와 명예를 갖춘 아티스트!
Stephen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