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는 늘 안전한 광고를 고집한다. 반대로 광고 제작자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놓치기 싫어한다. 요즘 주변에 매력 없는 광고가 가득 차 있다. 매출 변화에 도움이 안 되는 이런 위험한 광고를 왜 마케터들은 여전히 고집할까?
비슷하기만 하면 족하다 (Close enough is better)
내 경험상 그들은 차별화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광고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고 돈을 쓴 만큼 광고 효과가 높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대다수 마케터들은 과거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통상적인 일만 하려고 한다. 문제는 마케터가 동일한 동일성(same sameness)을 추구하면 대행사도 마케터의 눈치를 보며 평범한 광고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식상한 광고가 소비자에게 독특한 차별로 기억이 될까?
쉬운 것을 가져와 (Bring an easy one)
대다수는 아니지만, 마케터 중에 광고 제작자가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한다. "날 억지로 설득하려 하지 말고 쉬운 것을 가져와요" 라고. 그가 말하는 쉬운 것은 이 전에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보다 더 광고 제작자와 소비자를 멍청하게 만드는 일이 있을까?
새로운 전략이 이미지를 바꾼다 (No strategy, No new image)
이 시대는 더 이상 과거의 통상적인 것을 가지고 경쟁할 수는 없다.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노출되는 광고는 소비자에게 새로울 것이 없다. 우리는 광고의 전략적인 면이나 연출의 창조적인 면에서 소비자의 냉정한 감정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게 마케팅에 종사하는 우리의 숙명이다. 그나마 결과에 대한 불안도 이것 하나면 명확해진다. 새로운 느낌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그 광고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사실.
뚱뚱하지만 매력이 있다 (Fat but is works)
결과적으로 우리는 소비자들을 지적으로 대하며, 존중하고 호감이 가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브랜드 차별화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마케터는 인식하고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제작의 새로운 시도에 간섭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광고 제작자가 광고 이미지에 코끼리를 등장시키고, 등에 금칠을 했다 해서 문제로 지적할 것이 아니라 그 코끼리가 제품의 특징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는지를 따져 봐야 맞다. 마케터여, 논리는 아름답지 않기에 당신의 노트에나 남겨라.
여성 헤어 샴푸의 주된 이미지는 멋진 여성의 머릿결이다. 오래전 P&G사의 비달사순 제품 잡지광고 제작을 맡은 나는 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던져주고 싶었다. 당시 마케팅 전략은 Easy to style, 카피는 머릿결 없이 스타일이 있을 수 없다로 정해졌다. 거친 머릿결로는 스타일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 나는 거친 머릿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철조망을 가지고 머릿결처럼 비주얼로 만들었다. 시안을 받아든 마케터는 불편한 심경을 들어내며 결정을 하지 못했고, 결국 회사 대표(외국인)에게 직접 보여주고서 허가를 받아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고가 위의 작품으로 당시 제 19회 아시아 퍼시픽 광고제 은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