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만드는 일, 더러 주변에서 이 일은 과학적 분석과 예술적 표현이 가미된고도의 창조적인 일이라 하지만 결단코 아니다. 이 일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이 일은 영화감독처럼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의 각본을 들고 투자자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인 광고주가 광고회사를 선정해서 오더를 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광고제작자는 의뢰인의 요구나 생각에 부합하는 광고를 상식선에서 잘 만들어야지 절대 상식밖의 크리에이티브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이 일은 의뢰인의 물건을 팔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지 개인 작품을 만드는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작의 비전문가인 광고주의 요구를 너무 수용하다 보면 제작 과정은 복잡해지고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의 책임 역시 제작자가 져야 한다. 따라서 제작자는 내 욕심도 채우면서 광고주도 만족시킬 만한 적정수준의 연출력을 갖추어야 한다.
사실 다수의 제작자가 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제작물의 상식선과 적정선을 광고주와 조율하기 싫고, 조율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작자는 이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뛰어나다는 것을 매순간 증명해야 한다. 이 일은 기획과 카피, 디자이너가 한 팀이 되어 만드는 일이니까 내가 맡은 분야에 베스트가 아니면 팀원이 힘들어진다. 정말 이 일에 베스트가 되려면 다른 일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절대 안 된다.
팀원이 일을 하면서 적당, 낙관, 회피, 편승 등 비열정적이면 과연 팀장이 가만히 두겠는가? 마찬가지로 적당히 성과만 내고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팀장 밑으로 배정된 팀원들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전투력을 상실한 군인은 전투기지를 떠나주는 것이 남은 전우를 위해 도와주는 길이다. 한때 세계 광고 회사 1위였던 일본의 덴쯔 창업자 요시다는 이런 말을 했다.
<덴쯔맨은 한 사람 한 사람 일벌레가 되어야 한다. 지독한 광고꾼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일벌레란 일 이외에 안중에 어떤 것도 보일 수 없는 사람이며 광고꾼이란 광고를 위해서는 여하한 것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 일이란 스스로 찾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번 잡은 일은 놓지 마라. 죽어도 놓지 마라. 그 목적이 완수될 때까지> 요시다
덴쯔맨의 적은 社外에 있지 않고 언제나 社內에 있다란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덴쯔처럼 부장에서 국장으로 올라가는 길이 어렵진 않지만 국장(Creative Director)이 되면 성과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지고 요구도 더 많아진다.
그때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전에 다른 것을 희생하더라도 탁월한 업무 노하우와 주변에 공감, 설득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 파워가 있어야 타인의 간섭을 받지않고 진정 내가 만들고 싶었던 광고를 내 마음대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지금 이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이상 독하게 마음을 먹어라. 열정과 통제(다른 것에 빠져들어 주어진 일을 회피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만이 너를 이 일에서 성공하게 만든다.
적당히 일을 하면서 주변에 욕을 먹어도 괜찮은 멘탈이 있다면 맘대로 하든가…
Stephen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