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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줄거리

주인공 권유(지창욱)는 별 볼일 없는 백수로 게임 세계에서는 팀 ‘레주렉션’을 이끄는 최고의 리더다.우연히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된 권유는 수많은 고초를 겪지만 천재 해커 여울(심은경)의 도움을 얻어 철저하게 조작된 사건의 실체를 알아가면서 데이터를 마음대로 조작하여 자신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악당 민청상(오정세)의 실체를 밝혀낸다.

범죄의 어드벤처

감독은 이 영화를 한마디로 ‘범죄의 어드벤처’라고 밝히면서 다수의 범죄영화들이 보여 주는 잔인한 복수나 무거운 폭력이 아닌 경쾌한 영화적 유희로 가득찬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감독의 의도대로 가상세계란 비현실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구성, 뛰어난 연출력으로 신선하고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
<흔히 핍진성이라고 말하잖나. 현실 속 사람들처럼 말하고 입으면 ‘현실적’이라고 한다. 나의 리얼리티는 이야기 안에서의 진실, 사실성을 뜻한다. 게임 세계에 있던 멤버들이 게임 밖에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그 자체로는 비현실적이라 할 거다. 비현실과 현실을 나란히 두면 비현실적인 게 너무 튄다. 반면 주변을 다 비현실적으로 만들어버리면 오히려 모든 게 현실적이 된다. 이게 내가 하는 방식이다.> 박광현
하지만, 영화는 내 예상대로 호불호가 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기존 영화는 대체적으로 디제시스, 즉 실제 존재할 법한 허구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차피 허구지만 현실감이 있어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공식은 여전히 영화 바닥에 존재한다. 관객들도 지금껏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에 대해서는 냉소했다. 그럼 이 영화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오락가락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현실성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보였다.차라리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가 무의식의 영역과 꿈의 세계인 판타지였다면 모를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멋과 디테일이 살아있을 뿐, 긴박한 전개 때문인지 스토리텔링은 가슴을 조여들지는 못했다. 이게 못내 아쉽다. 근데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이유가 있었다.

에너지

감독은 이 영화의 타깃을 젊은층으로 잡았다. 젊은층의 취향과 코드는 기성세대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40대 후반의 감독은 알았다. 20대는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 그러면서 불안해하고, 불안하지만 한번 해 보지 뭐~란 에너지가 있다. 불완전해야 완전함을 채울 수 있는 세대, 그들에게 영화는 현재 복잡한 생각에 생각을 더하게 만드는 것보다 복잡한 생각들을 풀어 주는 에너지가 되어야 맞다.그들에게 완전한 짜맞춤은 오히려 답답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
<재미난 게 모니터 시사를 많이 했는데 확실히 10~20대 반응은 폭발적이다. 아직 세상에 덜 길들여져서 그런지 흡수를 잘하더라. 게임도 많이 하는 세대고. 반면, 기존 영화에 교육된 사람들에게는 어필하기 어려운 게 있다. 영화를 깊이 보는 분들은 어슬프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영화의 강점은 에너지다> 박광현
감독의 생각은 영화를 통해 적중했다. 대체적으로 젊은층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게임을 도입한 구성, 악당의 조작을 파헤치며 겪는 스릴와 반격의 통쾌, 그리고 뛰어난 영상미와 젊은 코드 지창욱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까지... 조금은 억지스런 스토리 전개와 지나친 액션 요소가 있었다 손치더라도 에너지를 느끼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까. 감독의 말처럼 젊은이들이여~ 기를 좀 펴라!

뛰어난 연기와 영상미

이 영화의 최고는 단연 영상미다. 거대한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한 스팩터클한 도입부와 우리나라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게임을 현실에 옮겨놓은 듯한 디테일한 연출은 <나 미대 출신 감독이야>라고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 배우들의 연기력, 무대 장치, 조명, 프레임 구성, CG, 빠른 전개의 편집 등등 이런 디테일 때문에 영화는 끝까지 긴장과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오락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입증했다.
<사실 난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영화를 정식으로 공부하지 못해서 약간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좀 걱정되기도 한다. 이제는 정말 좋은 작품, 나를 미치게 하는 뭔가가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박광현
12년만에 대작이란 무대에 선 감독. 특정 타깃을 위한 영화치고 250만은 흥행작이라 할 수 있다. 광고 CF 감독이 아닌 영화 감독으로 과감히 변신하면서 겪었을 여러가지 고초에 대한 보상이 될 만한 영화가 아닌가란 생각을 해 본다. 개인적으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편으로 그의 도전이 부럽기도 하고…

광고 CF감독의  열정

개인적으로 박광현 감독과 나는 친분이 있다. 한때 광고회사에 함께 근무를 하면서 필름 광고를 만든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아트디렉터였고, 박 감독은 PD였다. 내가 스토리를 만들고 박감독이 연출을 맡은 <맥도날드 버스편> CF 광고는 제49회 칸 국제광고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았다. 내가 기억하는 박감독은 설득력 있는 열정의 감독이다. 그의 차기작도 성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Stephen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