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 간 적이 있다. 칸 광고제 출품작을 보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칸의 6월은 그다지 덥지도 않고 고요해서 좋았다.
( Photo- Leoks)
칸 라이언즈는 세계 수많은 광고인의 페스티벌이다. 매년 6월 둘째 주에 개최가 되는데 전시관에는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된 작품이 전시가 되어 있으며, 그 중에 심사를 거쳐 라이언즈 수상작이 선정된다. 수상작은 페스티벌 마지막 날 시상식장에서 공개가 되는데 당시 나는 참관자 신분으로 시상식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 안에서 수상작을 보고, 단상에 오른 수상자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수상자 자격으로 저기에 설 수 있을까'
참고 사진
이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광고는 개인의 창작품이 아니다. 브랜드를 소유한 광고주, 광고를 제작하는 대행사, 그리고 미디어사가 참여하여 만든 합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대행사 제작자가 아이디어를 내고 연출은 하지만,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의뢰인인 광고주의 몫이다. 관계가 이렇다 보니 제작자의 독특한 아이디어나 연출 방식이 광고주의 논리에 무참히 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이 장벽을 넘어서야 칸 라이언즈에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라이언즈 수상작이 되려면 광고에서 예술성(독특하고 흥미롭고 매력이 있는)이 뚜렷이 들어나야 한다. 라이언즈 심사위원들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 작품을 평가하기 때문에 누가봐도 쉽고 재밌고 감동이 있는 광고라야 수상작으로 선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요약하면, 기발하고 독특한 광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광고주를 잘 설득해서 멋있게 연출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칸에서 돌아온 나는 칸 라이언즈 출품작 발상에 몰입했다. 그리고 1년 뒤 내가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박광현 PD(월켐 투 동막골 영화 감독)가 연출한 맥도날드 TV광고 <버스에서> 영상이 칸 라이언즈에서 필름 부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출품 당시 회사(레오버넷 코리아)를 그만 둔 상태라 칸에 가지는 못하고 Certificate와 Lions Trophy만 받았다.
칸에서 받은 상장과 트로피
칸 국제광고제 은사자상 수상작 / 맥도날드 TV 광고 <버스안에서>
지금도 칸에 다시 서는 꿈을 꾼다. 한가로운 지중해 해변, 놀이기차가 다니던 골목, 볶음밥을 먹었던 시장 골목, 그리고 칸 라이언즈 광장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글: setphen